건축을 하게 될 운명이었을까? 내 이름 '준우'는 한자로 준걸 준(俊), 우주 우(宇)를 써서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이름이 가진 운명대로도 흘러간다는 말처럼 나 역시 제법 어렸을 때부터 세상과 도시 건축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건축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마로 5살 때쯤으로 기억하는데, 내 눈에 비친 세상은 마치 망원경이나 TV로 보는 것처럼 멀고 작게 느껴졌다. 세상에 내가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 안에 세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는 나만의 세상, 나만의 도시를 만들고 싶었나 보다.
▲ 싱가포르의 쇼핑몰 겸 공연장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 / 애리조나 그랜드 캐년
1989년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를 따라 싱가포르에서 잠시 살게 됐다. 경제부흥으로 혼잡하던 한국과 달리, 작지만 깨끗하고 질서 정연한 싱가포르의 고층건물과 깨끗한 도시는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건물과 사람, 그것을 에워 싼 자연에 대해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어울림'의 묘미에 빠져 버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웅장한 도시와 건물은 신이 만들었을 거야.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만약 사람이 만들었다면 나도 언젠간 이런 멋진 도시를 짓고싶어!’라고.
아름다운 건물과 도시를 세우고 싶다는 꿈을 안고 미국 애리조나에서 건축공부를 하게 됐다. 쾌적한 날씨, 붉은 토양의 그랜드 캐년이 있는 곳! 제 2의 고향 같은 애리조나에서 느낀 가장 큰 배움은 '자연의 위대함'이었다. 최고라고 생각했던 웅장한 도시, 고층건물도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아주 작은 존재일 뿐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애리조나에서의 경험 이후, 내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건축 디자인 컨셉은 자연의 일부로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 Design Build분야 미국에서 가장 큰 대회인 Reno competition.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Reno competition” 참가했던 것이다. 이 대회는 미국 네바다 주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 Reno에서 매년 열리는 유명한 건축 경연이다. 대회가 진행되는 5일 동안 참가자들은 다양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자신의 건축 기량을 뽑내게 되며, 스폰서로 참여한 미국 내 유수의 건설회사들의 입사 제안도 받을 수 있다. 건축학도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축제로, 나는 학교 대표로 2회 출전해 첫 회에는 중서부 우승을 두 번째 참가 때는 팀VIP를 수상했다. 건축학도로서 하나하나 커리어를 쌓아가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 Science technology팀에서 동료들과 한 컷. 오른편 Mark는 CIA 본사를 총괄 설계했다.
나는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교감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축도 똑같다. 철과 시멘트 등 재료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축하는 일도 결국 사람들과의 만남, 대화와 교감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사람과 건축을 모두 좋아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건축은 내가 가진 큰 재능이었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 공감하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였으니 나는 건축을 포기할 마음도, 설렁설렁할 마음도 없었다. 너무나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였기에 매 순간, 열정적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유명한 건축회사인 Smith group에서 인턴생활을, 졸업 후에는 Full time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Smith group에서 맡은 프로젝트는 넓은 미국 땅 만큼 다양하고 흥미로웠다. 주로 범죄수사관련 연구소, 군 시설 및 수사시설 프로젝트와 같이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것들이었는데, 일반사람들에게는 엄격히 통제되어있는만큼 건물을 디자인 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웠다.
▲ Smith group에서 설계에 참여한 애리조나 Chandler 시청 모형과 완공 후 모습.
Smith group에서 일하는 동안 포스코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Smith group은 포스코 청암학술관과 연구소프로젝트를 같이 협업했던 회사였다. 함께 일을 하면 할수록 포스코의 개척정신과 불굴의 의지, 그리고 나의 고국이라는 것들이 맞물려 포스코에 대한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그 인연이 다리가 되어 포스코에 지원하게 되었다. 포스코 입사 후 언 4년. 북안카잉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컨셉 구상부터 인허가 준공설계까지 맡아 진행하게 되었고, 도시의 개발의 처음과 끝을 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무렵 중학교 학생들에게 꿈을 주제로 대화하는 ‘꿈 봉사단’ 참여의 기회가 왔다. 아이들과 교감하며 다시 꿈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봉사단 활동을 결심하고, 조금 더 인생을 살아본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한 젊은이의 성장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건축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솔직담백하게 신념을 꺼내놓았다.
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은 아이들과의 만남. 지금도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궁금한 것을 알고 싶어하는 간절한 눈빛, 호기심과 꿈에 대한 열정을 봤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대화가 끝난 후에는 오히려 나 자신이 더 큰 도움을 받고 많은 자극이 되는 걸 느꼈다.
▲ (좌)경복궁 홍예문 (우)지리산 화엄사
건축을 사랑하고 건축업계에 몸 담았던 탓인지 사람들은 종종 한국의 어떤 건축물이 진짜 멋지냐고 묻는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건축물은 경복궁이다. 경복궁의 아기자기한 계단과 정원, 높지 않은 담은 소박하고 친근한 우리나라의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또 경복궁은 우리나라의 현대와 과거가 만나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그래서 외국에서 친구들이 놀러 오면 항상 경복궁에 데려간다.
만약, 서울을 벗어나 여행을 떠난다면 지리산 화엄사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화엄사는 산의 일부분인 듯 자연스럽게 자연과 호흡하는 겸허한 사찰이다. 특히 저녁 때 화엄사에 퍼지는 종소리를 놓치면 안 된다.
꿈은 에너지인 것 같다. 사람은 각자의 고유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고 그 에너지는 열정과 호기심에서 나온다. ‘내가 열광하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도 내 마음 속의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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